죽은 친구와 관련된 이상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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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 와서 눈팅만 하다 제 경험담 한번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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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도 쓴적 있는데.

제가 다니던 학교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학교 였어요.
시내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은 두가지가 있었습니다.

공식적인 통학로는 논밭을 걸쳐서 가는
안전하지만 구불구불 제멋대로 이어져서,
학교까지 가는 시간이 도보로 30여분이 걸리는 길.

다른 길은 버스와 트럭 들이 마구 달리는 포장도로 갓길인데,
위험하지만 학교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었어요.
자전거로 휙익 한번에 달려갈 수도 있어서 자전거 탈 때도 이 길을 선호했죠.

어려서 그랬는지 대부분 겁도 없이 그 위험한 길로 주로 다녔어요.

그날 일은 오래 됐지만 지금도 생생한데, 중학교 봄 방학이 끝난 개학 첫날이었어요.
새 담임과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들뜨고 어수선한 분위기.

저는 그 전부터 같은 반인 창희라는 친구하고 친했는데,
쉬는 시간에 그 녀석이 저에게 천원을 빌려 달라는 거에요.
매점에서 뭘 사는데 모자란다고.

그 때 중2병이 심하게 걸렸을 때라 노트를 찢어서 종이에다 차용증 쓰라 했어요.
친구들끼리 그런 장난 많이 했거든요. 어른 흉내.
창희가 종이에다

[ 천원 빌려감. 1년뒤에 갚을께. 창희 ]

뜬금없이 1년 뒤라고 해서, 뭐야 그랬어요.
야. 낼 갚아 그러면서 돈을 줬어요.

그는 돈만 채 가면서
“싫은데, 내년에 줄껀데” 하고 달아났어요.

첫날이라 수업이 없이 청소만 하고 일찍 끝나서
저는 친구들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 도로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때 창희가 자전거를 타고 우리를 빠르게 지나 갔습니다.

그 갓길로 해서 집으로 가려고 한거죠.

그리고, 몇 초 후에 기분 나쁜게 낮고 묵직한 "쿵"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뭐지 하면서, 걸어가는데 누군가 외쳤어요 "사고다"

후다닥 정류장으로 뛰어가 보니
찌그러진 자전거 한대가 길에 누워 있고, 커다란 트럭이 정류장 담벼락을 박고 멈춰 있었어요.
그리고, 길 바닥엔 피범벅된 누군가가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정류장에 먼저 서있던 친구들이 말했어요. 그것이 창희라고.

경찰이 오고 , 몇 분 뒤 119가 오더니, 시신을 구급차에 실었고
길 바닥에 머리가 터져서 나온 내용물들은 봉투에 일일이 주워 담아 치웠습니다.

사고 나는 걸 직접 본 여학생들도 있었는데, 울고 불고 난리가 아니더라고요.
저는 멍 했어요. 슬픈 느낌보다 현실감이 안 느껴졌어요. 꿈 같다고 할까.

그 사고로 반에 빈 책상이 생겼고, 그 위에 꽃을 놔 두었습니다.

담임이 초임 발령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아침에 조회시간에 들어와서 그 책상을 보고는 몇번을 그냥 울고 나갔어요.
반 분위기 엄청 침울했죠.

그리고, 100일 정도까지 빈자리가 남아 있었던 거 같습니다.

충격으로 친구들은 얼마간 갓길로 다니는 걸 꺼려 했어요.
학교에서도 버스 타는 사람 말고 그길로 다니지 못하게도 했고요.

모두들 친구를 잃은 충격 때문인지 먼저 이야길 꺼내지 않았지만,
어쩌다 한번씩 창희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었어요.

우리 친구 중에 무당집 아들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녀석이 저에게 그러는 거에요.

" 너는 창희랑 친했으니까 걔가 한번은 너를 보러 올 수도 있어 "

저는 좀 짜증이 나서 예민하게 받아 쳤어요
" 이런 거지 같은 XX, 왜 기분 나쁘게 그딴 말을 해? "

*****

그 말 은근히 신경 쓰이더라구요.

저희 집이 천주교였고, 전 대충대충 다니는 편이었지만,
그 말을 듣고 묵주를 주머니에 꼭 넣고 다녔어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초 가을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땐 한창 야자를 할 때라서 저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어요.
시간도 좀 지난 터라 사고에 대한 기억도 무뎌져서 몇번 그 도로를 이용했습니다.

하루는 자전거 핸들을 정류장 방향 내리막 길로 틀었는데
그 사고가 났던 위치에 승용차가 한대 주차된 게 보였습니다.

무심코, 그 옆을 지나가는데 가만히 서 있던 서있던 차문이 갑자기 확 열리는 겁니다.
놀랐죠. 차문과 부딪치기 직전에 간발에 차이로 피했어요.
운전자도 못 봤는지 “억” 하더라구요.

그곳은 내리막 길로 속도가 높아지던 터라
부딧쳤으면 크게 다칠 상황이었던 거죠.

그 순간 머리 속을 스치는 건 무당집 친구 이야기 였어요.
“ 창희가 너를 보러온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주머니에 묵주를 다시 만져 봤어요.


귀신을 믿든 말든 그 정류장 앞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일부러 멀리 돌아다녔어요. 한동안.

하지만, 또 그곳을 지나가야 할 일은 또 생기더라구요.

어느 날 늦게까지 야자를 하고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번 일도 있고 해서 내키진 않았는데,
같이 갈 일행 중에 두명이 그 앞을 지나야 집에 갈 수 있는 거에요.
하는 수없이 정류장 앞을 지나게 됐어요.

혼자 어두운 논길을 가는 것도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라서요.
어쩔수 없이.

초 겨울 들어가기 직전이라 온도 차가 나면서 밤안개가 무척 자욱 했습니다.

김승옥의 ‘무진 기행’에 한 구절이 떠오를 만큼이요.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길 위에는 안개가 너무 짙어서, 바로 옆에 같이 자전거 타는 친구만 보였습니다.
정류장 앞을 지나가는데 안개 속으로 지붕이 어슴프레 보였고,
사고지점에는 희끗희끗 무언가가 있었어요.

그렇잖아요. 귀신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귀신이 보인다는 말이요.
속으로 난 아무것도 못봤어 못본거야 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머리카락이 쭈삣 쭈삣 서고, 온몸에 닭살이 돋는게 느껴졌어요.
나도 모르게 입으로 기도문을 중얼중얼 외우고 있더라구요.

최대한 사고가 났던 방향을 외면하고 달렸습니다.

빠르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지나가는데 약간 몽롱한 기분이 드는 겁니다.
컴컴한 안개 속에서 뭔가 뒷목이 서늘한 그 느낌.

들여마시는 차가운 안개 속엔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자전거가 서서히 무거워지는 느낌.

그런데, 잡고 있던 핸들이 도로 밖으로 조금씩 꺽이는 느낌이 들데요.

어…어어… 이게 뭐지 하는 순간.

그때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자동차가 우리를 발견하고 급하게
크락숀을 빠~앙 울리며 지나갔어요.

정신이 퍼득 들면서 자전거가 서서히 가벼워 졌어요.

미친듯이 달려서 친구들과 가로등이 켜진 시내에 들어왔고요,
위험했다고 하면서, 안개 낀 날은 절대 여기로 다니지 말아야겠다 했습니다.

집에 까지 가는 길에 그 서늘했던 느낌이 계속 남아서
기도문을 중얼중얼 외우고 갔어요

그리고, 다시 그 길로 다니지 않았습니다.
귀신이든 아니든 길 자체가 너무 위험한 거 같아서요.


3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날도 개학 첫날이라 청소만 하고 친구들과 놀다가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조금 늦게 가서 그런지 정류장에 사람 없이 썰렁 하더군요.

[벌써 창희가 죽은지 1년이 되었네. ]

친구 생각하니 착찹 했습니다.

그때, 정류장 안에 무언가 떨어져 있는게 보여서
뭐야 하고 그걸 주워 들었는데
말할 수 없이 오싹한 기분.
창희가 죽는 날 뜬금없이 1년뒤에 갚겠다던 말이 생각 났거든요

제가 주워든 건 천원 짜리 지폐 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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